유머 블로그인데 이번 포스팅은 조금 우울한 내용이네요.
오랜만에 신문을 읽었는데 1면의 '김훈' 작가님 특별 기고가 눈에 띄었습니다. 글의 첫 머리에서 최근 어떤 후배가 신문을 보라며 가져다 주었는데 1면 가득 광고 부분까지 할애하면서 1200명의 사망자 명단을 실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신문은 지난 2019년 11월 21일 경향신문이었고, 사망자의 명단은 2018년 1월 부터 최근까지의 산업재해 사망 근로자 명단이었습니다.
▼ 19년 11월 21일(목) 경향신문 1면
(관련기사 원문 읽기 : 기사 기획 황경상 기자 인터뷰 외)
▼ 19년 11월 25일(월) 경향신문 1면
(제가 오늘 읽은 신문. 후속 내용인 셈)
아...
김훈 작가님의 안타까움 가득한 특별 기고를 읽고나서 그 1면을 찾았는데 사진과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그 어떤 기사로도 대체될 수 없는 먹먹하고 안타까움이 느껴집니다. 왜 계속해서 같은 사고가 일어나는지 2, 3면에서 계속 다른 분들의 인터뷰와 기고가 이어졌습니다.
김훈 작가님의 기고에서 인상적인 구절이 있었는데, 옮겨적어봅니다.
[31살의 박ㅇㅇ은 타워크레인 업체에서 면접을 보고 온 날 아내에게 말했다.
"26일 부터 나오래. 한 달에 이틀 쉬어. 급여는 150만원보다 조금 높아. 6개월에서 1년 정도 부사수하다가 사수 달면 300만원부터 시작한대."
그는 취업했고, 출근한 지 사흘 만에 지반침하로 무너지는 크레인에 깔려 숨졌다. 경향신문의 김지환 기자가 이 기사를 썼다. 나는 소설을 써서 밥벌이를 하는 사람이지만 김지환 기자가 전하는 박ㅇㅇ의 마지막 말 같은 대사를 쓸 수는 없다. 박ㅇㅇ의 말은 대사가 아니라, 땀과 눈물과 고난의 바탕 위에서만 가능한 생활의 고백이다. 팩트만을 전하는 그의 무미건조한 말에는 그의 소망이 담겨 있고, 젊은 아내에 대한 그의 사랑과 책임의 마음이 담겨 있다. 그는 몇 년 후에 사수가 되어서 아내에게 월 300만 원을 가져다주고 싶었다. 그는 사수를 달지 못했다. 그의 마지막 말이 두어 줄의 기사로 지면 위에 남아서 그의 소망과 사랑을 킬링필드에 전한다.]
그는 이어지는 글에서 이미 이런 뿌리 깊은 야만은 일상화 되었고, 수많은 일류 논객들이 분석했고 개선책을 제시해왔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할 능력은 넘치지만 그것을 작동시킬 능력이 없다고 말하는데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글의 마지막에서 원혼들과 함께 통곡하는 편이 더 사람다울 것이라며 연신 아이고 아이고를 외치는데 먹먹합니다...
▼ 3면의 사고 유형 정리 내용
이어지는 기사에서 현장 관계자들의 인터뷰와, 각종 사망 사고들이 적게는 4일, 많게는 18일, 26일에 한 번 발생하고 있다는 통계가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통계적으로 저런데 하루에 3명 씩 사망하는 셈이라니 충격이었네요... 그것도 계속 반복되고 반복되고... 지인들이나 미디어에서 건너 듣는 ㅇㅇ 현장 근처에는 정형외과가 장사 잘 된다더라, 누가 또 어디 빠져 죽었다더라, 손가락 또 날라갔다더라 등등의 도시 괴담?같은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죽어 나가는게 저정도니 다치는건 얼마나 더 많을까요. 이런 일이 더이상 없었으면 좋겠네요.
예전에 김훈 작가의 도서를 찾다가 '밥벌이의 지겨움'이라는 제목의 책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읽지는 않았지만 인상적인 내용의 제목이라 기억하고 있습니다. 문득 그 책을 찾아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안타까운 일, 돈 때문에 벌어지는 일... 그런 일에 슬퍼하지만 내일 모레... 또 밥벌이를 가고 무뎌지는 삶이 서글퍼지는 오늘입니다... 뉴스에도 나오지 않는 산재 사망 노동자들의 마지막에 조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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